제대로 목소리 내본 적 없던 대학생이 일을 벌이면 이렇게 됩니다

아이디어 공모전 <작전명:임팩트타운> 우수상 '막간' 팀 인터뷰

2024.11.08

교육 소수자 아동/청소년

<작전명: 임팩트 타운>은 살고 싶은 세계를 직접 만들어보는 아이디어 공모전입니다. ‘공정한 미래 교육’, ‘지속가능한 도시와 커뮤니티’, ‘일터의 다양성과 포용’ 중 1개의 주제를 선택해, 원하는 솔루션으로 구현해 보는 공모전입니다. 더 나은 세계를 만들고 싶은 대학생을 모집해 아이디어에서부터 시작해 강연과 멘토링 등을 거쳐 솔루션을 완성했습니다. 지난 10월, 최종공유회에서는 22개 팀(73명)이 관람객 대상 솔루션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고 심사위원과 현장 투표를 반영해 최종 3팀이 수상했습니다.

 

우수상을 받은 ‘막간’팀은 동네 친구, 고등학교 친구, 친구의 친구로 구성된 팀입니다. 제대로 사회 문제를 풀어본 적 없지만 아이들이 살아갈 세계를 잘 만들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죠. 이들이 마지막까지 완주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요?

안녕하세요. ‘막간’은 어떤 팀인가요?

‘타인-되어보기’의 기회가 많은 세상을 꿈꾸는 팀 <막간>입니다. 저희는 ‘타인 되어보기’의 경험을 할 수 있는 자체 제작 보드게임을 중심으로 청소년 대상 교육프로그램을 기획했습니다.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소수성을 경험함으로써 ‘나’의 세계를 벗어나 타인의 시야를 체험할 수 있습니다.

 

팀원은 어떻게 모았나요?
휴학을 마치고 복학하면서 앞으로 어떤 곳에서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고민하던 시기였거든요. 당장의 선택지를 넘어서 내가 살고 싶은 ‘세계’를 상상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실행에 옮기지는 못하고 있었죠. 마감 전날, 갑자기 ‘일단 해보자’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 자리에서 아이디어를 노트에 옮겨 초안을 만들고 친구들을 섭외했어요. 동네 친구, 고등학교 친구, 친구의 친구예요.

 

원래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았는지 궁금해요
친구들과 사회 문제에 관해 이야기하고 관련 뉴스를 공유하기도 했지만 나눈 이야기를 세상에 내보이는 단계까지는 가지 못했어요. 종종 기뻐하고 가끔 화내고 때로는 무력하면서 뜨겁지고 아예 식어버리지도 않는 상태로 계속 살았던 것 같아요. 늘 마음 한 켠에는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답답함이 있었던 것 같아요.

막간 팀은 공모전 주제로 ‘공정한 미래 교육’을 선택했죠. 그 배경이 궁금해요
연우: 지금 우리 사회에서 가장 바꾸고 싶은 게 무엇인지 고민했습니다. 타인과 나 사이에 커다란 벽을 세워두고 서로를 들여다보려는 시도조차 없는 세상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고 있었어요. 문제의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 보니 교육이 있더라고요. ‘교육’을 통해 타인에게 관심을 가지는 방법과 기회를 제공한다면 그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그다음 세대가 태어났을 때는 분명 달라질 거라 생각했어요.

 

우리: 맞아요. 문제를 풀 수 있는 ‘진짜’ 솔루션, 유효한 솔루션, 실현 가능한 솔루션을 찾으려고 가성비 따지지 않고 노력했어요.

 

서연: 아이들이 좋아서! 저는 아이들이 정말 말도 안 되게 좋아요.. 적어도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더 이상 말하는 것이 두렵지 않은 곳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어떻게 ‘교육’이 아닌 다른 주제로 눈을 돌릴 수가 있겠어요? 아이들이 세상으로 달려가고 있는데!

 

아이디어만 가지고 시작한 공모전이 막막하지는 않으셨나요?
맞아요. 저희 모두 ‘이게 정말 될까..?’싶었어요. 아무리 아이디어가 좋아도 더 나은 세계를 만들 수 있는 완성도 있는 솔루션이 필요하잖아요. 특히 최종발표회에서는 처음 보는 관람객에게 솔루션을 소개해야 했기에 부담인 동시에 원동력이 됐어요. 최종공유회 현장에서 한 부부가 기억에 남아요. 20분 동안 보드게임을 체험하신 후 저희에게 재미있었다, 울컥했다, 실제로 이런 사람이 있다는 걸 생각해보게 되었다, 라고 해주셨던 게 너무 너무 좋았어요. 저희 솔루션에 정말 많은 분들이 응원과 칭찬을 보내주셔서 저희끼리 얼싸안고 ‘정말 이게 된다!’며 외친 적이 많아요.

솔루션을 만드는 과정에서 막간 팀의 마음 가짐은 어땠는지 궁금해요
‘소수성’과 ‘소수자’라는 주제는 예민한 문제라며 꺼리거나 형식적인 담론에 머무는 경우가 많잖아요. 이 주제를 풀어보겠다고 다짐한 이상 적당히 타협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이야기도 유의미하게, 그리고 재밌게 할 수 있다고, 그런 일이 ‘진짜로’ 가능하다는 것을 아주 조금이나마 보여보겠다는 마음으로 어려운 순간을 관통해온 것 같아요.

 

인상 깊었던 순간이 있다면요?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테스트한 적이 있어요. 한 학생에게 동성애자 정체성이 부여됐고, 그 학생은 동성애자로서 공개연애를 할지 말지 결정해야 했어요. 게임 진행자가 그 학생에게 공개연애를 선택한다면 동성애자일 때와 이성애자일 때 적용되는 페널티가 어떻게 다른지 설명해주었어요. 그 학생이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마음을 졸이고 있었죠. 그 당시 조에 있는 모든 학생들이 상황 텍스트를 함께 읽고 “와… 진짜 너무한 거 아니야?”하는 반응을 보이더라고요. 저희는 짠 것처럼 서로를 바라보면서 놀랐어요. 그 누구도 이 상황을 그저 게임적 요소로 치부하거나 과장되었다 느끼지 않았어요. 학생들에 대한 믿음을 조금 더 키워야겠다고 생각했죠.

가장 힘들었던 순간도 있나요?
‘답정너’ 식의 보드게임을 만들지 않으려고 게임 내에서 자유도를 높게 설정했더니 다양한 상황이 생기더라고요. 적당히 타협하고 자유도를 포기할까 싶었다가도 무엇보다 예측불가한 ‘사람’을 마주하고 이야기할 프로그램이 그래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실물 제작에 돌입해야 할 것 같은 시점까지도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며 게임 규칙과 프로그램 형태를 계속 회의하고 수정하고 있었어요. 어쩌면 당장 눈앞에 가시적인 산출물이 없어서 방향성과 의지 모두를 잃기 쉬운 환경이었음에도 지칠 때마다 서로 독려했어요. “우리 지금 가야 해, 아직 쉴 때가 아니야” 하면서요.

 

이번 공모전 경험이 앞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것 같나요?
연우: 제가 ‘무한도전’을 참 좋아하는데요. 방송에 나온 멘트는 노력하지 않아도 외워지거든요. 너무 좋으니까 보고 또 보고, 친구들에게 시도 때도 없이 이야기하곤 합니다. 저는 그런 일을 하고 싶어요. 너무 좋아서 모두에게 알리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몰두하는 일, 제가 늘 진심일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요. 이번 공모전이 저한테는 그랬던 것 같아요. 계획적인 성격이 아닌데 계획을 세워서 하려고 노력하기도 하고, 부모님께도 ‘막간’이 해낸 일을 자랑하고, 밤새워서 작업해도 피곤하거나 힘들지 않았어요. 이런 경험이 쌓이면 길이 보이지 않겠냐는 막연한 생각을 앞세워서 기회가 생기면 일단 해보는 습관을 들이는 게 앞으로 제 계획입니다.

 

우리: 저는 ‘이 일이 아니면 안 돼’가 없는 사람이라, 하고 싶은 일이 확고한 사람들을 보면 가끔 부러웠던 것 같아요. 하지만 확고하게 하고 싶은 게 없다는 건 반대로 어떤 일이든 재밌게 할 수 있다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이번 공모전에 도전했던 것처럼 좋은 기회를 찾아 닥치는 대로 해보려고 합니다. 어떤 일이든 그 안에서 재미를 찾을 자신이 있으니까!

 

서연: 즐거운 마음으로, 아무리 지쳐도 관두지는 못할 정도로 무모하게 좋아하는 일을 고민해서 이어가 보려고 합니다. 지금은 그 정도로 좋은 것이 아이들인 것 같아요.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드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을 직접 대면하는 방식일지, 연구자일지, 사회에서 직접 활동하는 종류일지, 어떤 방식일지는 여전히 고민하고 있지만요. 그리고 공모전을 통해 다시 한번 확신하게 된 것인데, 저는 계속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어떤 형태로든, 어떤 환경에서든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는 삶을 이어가고 싶어요.

 

이번 공모전을 통해 어떤 연결의 기회가 생겼나요? 또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감사하게도 정말 많은 분에게 응원을 받았어요. 응원과 함께 커리어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 달라고 말씀 주신 분들도 계셨습니다. 또 보드게임 제작과 관련해서 문의를 주신 분도 계셨는데, 저희가 임팩트를 연결하는 다리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어 신기해요. 다양한 분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프로젝트를 여기서 끝내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요즘은 이 솔루션이 더 많은 곳에에 닿으려면 어떤 방법을 써야 하고, 어떻게 확장할 건지 치열하게 고민해 보고 있어요. 더 많은 연결과 기회를 만들어내려고요.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지만 아직 시도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연우: ‘내가 별은 못 따다줘도 우리가 살 세상은 바꿔줄게!’ 내가 살고 싶은 더 나은 세상은 결국 내가 사랑하는 존재들과 함께 살고 싶은 세상인 것 같아요. 내가 사랑하는 존재란 무궁무진하잖아요, 그들과 함께 살아갈 미래를 위해서라면 못할 것이 없어지지 않을까요?


우리: 내가 지금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허망해지더라도 당신은 유효한 일을 하고 있다는 걸 잊지 마십시오. 그렇게 가장 작은 것부터 바꾸는 겁니다. 하나씩 하다 보면 내가 살고 싶은 세계를 걸어갈 수 있어요. 저는 그렇게 믿어요.


서연: 무수한 예상과 걱정이 앞서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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