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으로 원하는 세상 만드는 법

아이스크림 가게, 동물원, 그리고 도서관으로 원하는 세상을 만드는 사람들

2024.08.27

도시/주거 아동/청소년

아이스크림 가게, 동물원, 그리고 도서관. 세 가지 공간의 공통점이 무엇일까요? 바로 원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세 분의 연사가 각각 선택한 솔루션이라는 점이에요. 어떤 세상을 만들고 싶어 공간을 선택했는지, 어떤 차별성을 가지고 공간을 운영하고 있는지, 공간으로 원하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면 어떤 역량이 중요한지 생생한 이야기를 담아왔어요.

주요 내용 미리 보기 👀

– 원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어떤 공간을 선택해 운영하고 있는지 

– 어떤 차별점을 가지고 공간을 운영하고 있는지 

– 공간으로 원하는 세상을 만들고 싶은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말 

*이 콘텐츠는 2024년 8월 진행된 임팩트닷커리어 아이디어 공모전 <작전명:임팩트타운>의 세션 발표 내용을 토대로 작성되었습니다.

Q. 어떤 공간을 운영하고 있나요?

어린이, 청소년 도서관 <제 3의 시간>

김정민 관장: 어린이, 청소년이 누구나 자신의 세계를 발견하고 확장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 도서관 ‘제3의 시간’을 운영하는 김정민입니다. 

 

아이스크림 가게 <녹기 전에>

박정수 사장: 시류에 흔들리는 사람 없이 자기 중심을 지키는 사람이 많은 세상을 만들고자 아이스크림 가게 ‘녹기 전에’를 운영하는 박정수입니다.

야생동물 보호시설 <청주 동물원>

김정호 수의사: 동물원에서 동물이 고통받지 않는 세상을 꿈꾸는 청주동물원 수의사 김정호입니다

Q. 해당 공간을 선택한 이유는?

김정민 관장: 저는 어린이, 청소년을 너무 좋아해서 인생의 고객이라고 생각하고 다루고 있어요. 그들이 이왕이면 무료로 누구나 누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었고, 도서관이 가장 먼저 떠올랐어요. 누구나 무료로 갈 수 있어 심리적 부담이 낮고, 동네마다 있어서 아주 일상적인 공간이잖아요. 고객 구매력과 상관 없이 구매 의지만 있으면 모두가 나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박정수 사장: 다른 가게와 달리 아이스크림 가게는 주문, 결제부터 아이스크림을 내어 드리는 시간까지 고객에게 등을 돌리지 않아요. 거의 1m도 안되는 공간에 계속 한자리에 있어요. 저는 직업을 앞으로 또 바꾸는 게 꿈이라 모든 고객을 저의 고객으로 만들고 싶은 목표가 있는데, 고객과 친밀하게 소통할 수 있어서 아이스크림 가게를 택했습니다.

 

김정호 수의사: 청주동물원도 사실 5, 6년 전만 해도 동물을 가둬서 전시하는 공간이었어요. 그러다 2018년에 웅담 채취용으로 길러진 사육곰들을 구조해서 데려왔고, 그때부터 동물을 구조하고 보호하는 공간으로 바뀌었습니다.
동물원 밖의 동물들은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고, 동물원 안에서는 동물을 전시하기 위해 계속 동물을 태어나게 해요. 이 두 가지를 좀 바꿔보고자 일반 동물원이 아닌 야생동물 보호시설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Q. 공간만의 차별성이 있다면?

김정민 관장: 어린이, 청소년을 바라보는 관점이 좀 다른 것 같아요. 보통은 어린이, 청소년을 보호하는 대상으로만 바라보거든요. 저희 도서관에서는 이들을 작업자나 창작자로 존중한다는 표현을 합니다. 뭔가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라고 관점을 바꾸게 되면, 이들이 봐야 되는 책이 꼭 고전이어야 하는가? 양서여야 하는가? 만화, 웹툰이면 왜 안 되는가? 라는 생각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저희 도서관엔 특별한 서가 ‘동사서가’가 있어요. 어떤 동사를 해보고 싶어지는 책. 그런 책은 해외 원서이기도 , 도록이기도, 아트북이기도 합니다. 완독을 목표로 하면 어렵지만, 발췌만 해도, 제목만 봐도 충분히 영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어린이실에 언뜻 보기에 어려운 책들이 들어가 있어요. 

 

박정수 사장: 저희 매장은 방문 고객의 모습이 정말 다양합니다. 10대보다 어린 친구들도 종종 아이스크림 드시고 가고, 굉장히 어르신도 혼자 드시기도 하시거든요. 저희는 특정 나이대의 고객을 타겟팅하지 않고, 앞으로도 하지 않을 거예요. 대신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품고 있고, 어떤 감정을 느끼기를 좋아하는지 많이 들여다보려고 해요. 그래서 공통적으로 이 공간에서 얻고 싶어 하는 게 뭔지 알려고 노력합니다. 어떻게 보면 저희는 지상파 방송이에요. 지상파 방송이 난항을 겪는 게 뾰족하지 못해서잖아요. 블랙코미디도 못한다고 하고,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 그런 시절 지났잖아요. 그런데 저희 가게는 여전히 지상파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김정호 수의사: 먼저, 저희는 코끼리 없는 동물원이에요. 코끼리는 자의식이 있는 동물이라, 자신이 갇혀 있다는 것을 다른 동물보다 더 잘 알아요. 유인원도, 돌고래도 그렇죠. 과학이 발달할 수록 점점 더 동물에 대한 이런 특성을 알게 될 거예요.
두 번째로, 보통 동물원들은 산을 깎아 평지로 만든 다음 건축을 하는데, 저희는 처음부터 산에다가 만들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관람로가 경사지다는 단점이 있는데, 원래 토종 야생동물은 산에 사니까, 산에 사는 동물을 만나러 왔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저희는 몇 종 없더라도 보호동물 한 종, 한 종 자세히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예전엔 좁은 곳에 최대한 많은 동물을 놓아서 볼거리로 만들었어요. 하지만 이젠 동물은 좀 적더라도, 동물들의 특성에 대해 자세히 알아 가셨으면 좋겠어요.

Q.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고 싶은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정민 관장: 기존에 없던 일을 했을 때 가장 어려운건 납득시킬 만한 근거가 없다는 것이죠. 왜냐면 이게 없는 일이니까, 사실 설명조차 너무 어렵잖아요. 그럴수록 객관적인 근거가 명확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언어화’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다들 머릿속에 가지고 있는 멋진 생각이 상대방에게 잘 전달된다고 착각하지만, 컨셉추얼할수록 전달이 안된다고 보셔야 해요. 특히, 기존에 없는 개념이면 상대방이 알 수가 없습니다. 전혀 관심 없는 친구나 가족에게도 내 생각을 계속 이야기하면서 의도한 바가 제대로 전달되는지 확인하셔야해요.

늘 거대한 담론과 아이디어에 휩쓸리게 되면 구체적으로 보여주기가 어렵게 됩니다. 그때 늘 머릿속에 떠올리셨으면 하는 것이 ‘유효성’이에요. 지금 하는 생각과 일이 유효한지, 정말 고객에게 뭔가의 결과를 만들어내는지 떠올리시면 좋겠습니다.

 

박정수 사장: 저는 제 단점을 제대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정말 디자인 젬병이거든요. F&B에서 디자인이 매우 중요한 건 알고 있지만, 뭘 할 줄을 모르니 어쩔 수 없었어요. 그때 깨달은 건 못하는 건 ‘그냥 놔두자’ 였습니다. 그런데 단점을 극단적으로 하면 반대로 장점이 되더라고요. 나보다 장점이 뛰어난 사람은 무조건 있는데, 내가 가지고 있는 단점을 드러내 보이면 그게 장점과 섞이면서 차별점이 됩니다. 그때부터 저는 단점을 찾기 시작했어요. 단점이 어떻게 사람들한테 긍정적인 반응으로 아이덴티티 될 수 있을지, 그런 식으로 그냥 직진으로 어려움을 뚫고 갔던 것 같아요. 

내가 살고 싶은 세계를 만드는 솔루션으로 ‘공간’을 선택한 연사들의 이야기, 어떠셨나요? 여러분이 꿈꾸는 세계를 현실로 만드는 데 작은 힌트가 되었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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