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의 시작은 ‘숟가락 하나 얹는 마음’

신이어마켙 2년차 디자이너 이하영 님의 커리어 이야기

2025.05.07

노인 임팩트생태계

누구나 커리어의 시작은 불안하다.

 

어르신의 그림과 글로 만든 굿즈를 통해 세대 간 소통을 제안하는 브랜드, 신이어마켙. 디자이너 이하영 님은 어르신들과 직접 소통하며 콘텐츠와 제품을 디자인합니다.

 

처음엔 ‘이게 맞나?’ 싶은 불안도 있었지만, 일을 통해 사람들의 반응을 확인하고, 스스로의 성향을 알아가며, 디자이너 커리어에 대한 불안은 ‘확신’으로 바뀌어 갔다고 해요. 

 

‘이게 맞나?’에서 ‘이거 맞다!’가 되기까지, 하영 님의 디자이너 커리어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다음 물음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어요.

✔ 임팩트 조직 디자이너는 어떤 일을 할까?

✔ 내가 잘하는 일로 의미 있는 일을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 ‘가치관이 맞는 조직’에서 일하는 것은 뭐가 다를까?

✔ 나에게 맞는 커리어 선택, 어떻게 결정할 수 있을까?
✔ 임팩트 생태계 디자이너는 어떤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저는 아립앤위립에서 운영하는 브랜드 신이어마켙의 디자이너 이하영이라고 합니다. 입사한 지 이제 막 1년이 되었고, 그전에는 임팩트 조직이 아닌 일반 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했어요. 

주로 어르신들의 글과 그림을 활용한 제품, 콘텐츠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고, 일주일에 두 번 어르신들이 그림 작업하실 때 ‘짝꿍 선생님’이 되어드리고 있어요.

 

‘짝꿍 선생님’이라는 역할이 독특해요. 어떤 역할인가요?

어르신들과 소통하며 작업물을 만드는 ‘마음 노크’ 프로그램을 보조하는 역할이에요. 돌아다니면서  그림을 봐드리는데, 사실 크게 도와드리는 건 없고, 어떤 색이 더 잘 어울릴지 추천하는 정도요. 저를 선생님이라고 불러주시지만, 제가 느끼기엔 그야말로 짝꿍인 것 같아요. 서로 궁금한 것도 물어보고, 장난도 많이 치고 그래요.

 

그러고 보니 요즘 인스타그램 릴스가 핫하던데요!

반응이 너무 좋아서 저희도 놀랐어요. 콘텐츠 담당 감독님께서 애정을 담아서 열심히 찍으신 덕분이에요. 어르신들과 일하다 보면 이런저런 에피소드들이 많이 생겨서, 일상이 다 콘텐츠감이 되는 것 같아요. 컴퓨터 앞에서 일하다가도 갑자기 튀어나가서 찍고 그러세요. 최근 어르신들의 정겨운 감성에 대한 대중들의 공감도가 높아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에피소드가 많다니 궁금해지네요. 실제 어르신들과 함께 일하는 환경은 어떤가요?

사실 처음 입사했을 땐 적응하기 쉽진 않았어요. 어느 정도까지 예의를 차려야 할지, 또 동료로서 얼만큼 동등하게 대해야 할지 그 선을 찾기 위한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대표님이 항상 “우리는 복지하러 온 게 아니라, 일하러 온 것”이라고 얘기해주신 게 도움이 됐어요. 또, 어르신들이 먼저 저희를 존중해 주시는 게 느껴졌는데, 이미 마음가짐이 다르시더라고요. 저희를 항상 ‘선생님’이라고 불러주시는 것도 서로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해요.

시작은 ‘숟가락 하나 얹는 마음’

 

본격적으로 하영 님의 커리어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요. 어떻게 신이어마켙 디자이너로 합류하게 되었나요?

예전부터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목표가 있었어요. 그러다 2023년 한 페어에서 우연히 신이어마켙 제품을 보게 됐는데, 보는 순간 알겠더라고요. “어르신의 손글씨구나. 아, 여긴 어르신 일자리 창출하는 브랜드구나.” 그게 너무 직관적으로 전달돼서 신선하게 느껴졌어요. 원래 노인 문제에 관심이 많기도 했고요. 사회문제를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전달하는 힘이 있는 브랜드라고 느꼈고, 그게 가장 끌렸던 지점이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한 명의 팬으로 좋아하다가, 디자이너 구인 공고를 보고 지원하게 됐어요. 

당시엔 임팩트 조직이 아닌 일반 회사의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었는데, ‘의미’와 ‘직무’를 모두 살릴 수 있는 기회라 꼭 합류하고 싶었어요. 관심 있는 사회 문제 해결에 숟가락 하나 얹어보자는 마음으로 지원했고, 지금 가장 만족스러운 점은 의미 있는 일에 동참하고 있는데 디자인도 하고 있다는 거예요!

 

내가 잘하는 걸로 의미 있는 일을 한다는 게 막연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어떻게 그 연결을 찾게 되셨나요?

디자인 직무의 특수성 덕분인 것 같아요. 어떤 분야든 사회 문제를 알리는 데 디자인이 꼭 필요하잖아요. 디자인에는 복잡한 사회문제를 직관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힘이 있어요. 제가 어르신들의 손글씨 굿즈를 보고 직관적으로 알아챈 것처럼요. 예전부터 항상 ‘가치있게 배운 디자인 역량을 귀하게 쓰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보니, 관심 있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조직과 자연스럽게 연결된 것 같아요. 

‘이게 맞나?’에서 ‘이거 맞다!’까지

 

그렇게 합류하시고 1년 동안 일하셨어요.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사실 처음엔 ‘이게 맞나’ 싶었어요. 보통 디자이너는 자기 손으로 직접 만든 창작물을 다루며 포트폴리오를 쌓아가거든요. 그런데 저는 어르신들이 쓰신 글이나 그리신 그림을 ‘편집’하는 수준의 디자인을 하다보니, 디자이너 개인으로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는 놓치고 있는 게 아닌가 불안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저희 콘텐츠와 제품을 보는 사람들의 반응을 통해 깨닫게 된 거예요. 비슷한 콘텐츠라도 반응이 좋을 때가 있고, 안 좋을 때가 있는데, 결국 그걸 결정하는 게 제가 하는 디자인이더라고요. 

그때 “내가 하는 것도 디자인이 맞다”고 깨달은 것이죠. 그래서 “어떻게 하면 더 보기 편할까?”, “더 직관적으로 전달될까?” 같은 고민을 계속하며, 부족했던 부분을 채우고 있는 중이에요. 특히, 작은 조직 특성상 기획 전반을 경험할 수 있다 보니 실제 판매 수량이나 반응을 가까이서 보고 디자인에 반영할 수 있었어요. 즉각적인 피드백을 반영하는 것이 원래 성향과도 잘 맞는 방향이라 속 시원하게 작업하고 있답니다. 

 

지금까지 가장 애정이 가는 작업물이 있나요?

어르신들의 작품을 업로드하고 소통하는 신이어갤러리 인스타그램 콘텐츠, 그리고 절기 달력 제작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디자인에 들어가는 문구, 그림들은 처음에 말씀드린 ‘마음 노크’시간에 어르신들과 직접 소통하면서 나온 거거든요. 작업 하시면서 가지고 계신 추억이나 일화들을 정말 세세하게 다 말씀해주세요. 최근엔 복순 님이 며느리에게 꽃다발을 선물 받았다며 “하늘만큼 땅만큼 좋았다”고 쓰셨어요. 그 문구를 쓰실 때 소녀처럼 좋아하시던 표정, 목소리 톤까지 제가 다 기억하니까, 디자인에 담을 때 다시 한번 와닿더라고요. 그래서 달력 디자인할 때도, 인스타그램에 올릴 때도 제가 받았던 위로를 그대로 전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문구를 골랐어요.

 

처음엔  불안함도 있다고 하셨는데, 이 커리어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확신은 어떻게 얻고 있나요?

저는 콘텐츠 댓글이나 구매자 후기를 꼭 확인하는 편인데요. 과거의 저처럼 브랜드에 위로를 받는 분들의 반응을 볼 때마다 “내가 맞게 가고 있구나” 하는 확신이 들어요. 그런 과정들이 쌓이면서 스스로에 대해서도 더 잘 알게 됐어요.

저는 디자인을 통해 의미 있는 일을 해야 동기부여가 되고, 개인적인 가치관과 조직의 미션이 일치할 때 가장 만족을 느끼는 사람이더라고요. 그래서 지금 이 커리어가 제가 진짜 성장하고 싶은 방향이라는 확신이 생겼고, 나중에 다른 일을 하게 되더라도 임팩트 커리어는 계속 이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요즘에는 임팩트 비즈니스 전반에 대한 공부도 많이 하고 싶어요. 조직 안에서의 현실만 알고 있기보다는, 더 넓은 시야를 갖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 들거든요. 특히 제가 일하고 있는 노인 일자리 문제는 앞으로 더 중요하게 다뤄질 수밖에 없는 주제잖아요. 고령 인구가 계속 늘어나고 있으니까요.

정책이나 경제 상황이 어떻게 바뀌더라도, 이 문제는 계속 다뤄질 거란 확신도 생겼어요.

나와 잘 맞는 조직을 다닌다는 것

 

개인적인 가치관과 조직의 미션이 일치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일할 때 어떤 영향이 있나요?

어떤 조직에서 일한 결과물이 사실 조직의 것이지, 내 것이 아니잖아요. 하지만 여기선 조직의 활동에 저의 의사 표현이 반영되었다고 느끼며 일해요. 열심히 키운 나의 역량을 연봉, 복지 등으로 보상받을 수도 있지만, 저는 ‘제 목소리를 내는 것’으로 받는 것이죠. 개인적으로 받는 수혜는 이전에 다닌 일반 회사가 더 크다고 볼 수 있지만, 미션이 일치한다는 점에서 오는 성취감은 임팩트 조직이 더 큰 것 같아요. 

그런 측면에서 이전에 일반 회사를 다녔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됐어요. 좋아하는 것보다 싫어하는 것을 찾는 게 더 빠를 때가 있잖아요? 제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환경에 있다보니, 꼭 디자인 직무가 아니더라도 가치관 맞는 조직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렇게 스스로를 잘 파악하는 시간이 있어야 가치관이 맞는 조직을 만났을 때 만족감도 더 올라가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모든 사람들이 무조건 임팩트 조직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저는 혼자 목소리 내는 것보다 여러 명이 모인 곳에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조직을 옮긴 케이스인 거고, 조직을 옮기지 않고도 임팩트 관련 활동을 활발히 하시는 분도 많더라고요. 

 

혼자 목소리 내는 것보다 여러 명이 낫다고 생각했다는 점이 재밌어요. 그게 임팩트 조직을 선택한 이유가 될까요?

네, 조직은 개인보다 크잖아요. 개인이 만들 수 있는 영향력보다 훨씬 크니까, 똑같은 아이디어라도 조직에서 했을 때 테스트해 볼 수 있는 게 많다고 생각해요. 게다가 조직이 하는 활동에 동의가 되니, 나의 목소리도 들어가 있다는 것에서 오는 효능감이 있어요.

 

신이어마켙 디자이너로 일하며 가장 크게 느끼시는 감각은 무엇인가요?

가장 크게 느끼는 건 ‘소통’이에요. 어르신들의 작품을 통해 위로를 받는다는 사람들과 감정을 나누고, 그 소통의 도구로 디자인이 쓰이고 있다는 것. 그게 제일 새로웠고, 지금도 가장 강하게 느끼는 부분이에요.

또, 어르신과 청년이 ‘일자리’로 뭉쳐있다는 감각이 참 좋아요. 모여서 같이 일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더 좋은 일이더라고요. 어르신들과 함께 일하며 갖고 있던 편견도 많이 깨졌고, 스스로 더 폭넓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고 느껴요. 직무 역량을 넘어 더 넓은 의미의 성장을 하고 있는 것이죠.

 

앞으로 디자이너로서 어떤 커리어를 이어가고 싶으신가요? 

제가 아직 모르는 게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어요. 신이어마켙이 나름 유명해졌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아직 이 분야에 어떤 조직이 있는지도 잘 모르더라고요. 임팩트 생태계 전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있어야 계속 발전할 수 있고, 부끄럽지 않게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 조직이 앞으로 가야할 방향성에 대해 의견 낼 수 있을 만큼 임팩트 비즈니스에 대해 공부하고 성장하고 싶어요.

또, 궁극적으로는 저 개인의 것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먼 미래에는 제가 사회에서 이슈화하고, 조명하고 싶은 부분을 찾아가게 될 것 같아요. 디자인으로 사회 이슈를 조명하는 그런 디자이너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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